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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호’ 조용석 VFX 슈퍼바이저
“1프레임에 3시간…230명의 1년 6개월”

By 2016년 1월 26일 No Comments

“정공법을 택한 게 주효했던 것같아요. 카메라가 어디까지 들어갈지 모르니까요. 모든 장면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죠. 준비한 대로 나오는 것같아요.”

 

힘든 작업이었다. 영화 ‘올드보이’ ‘군도’ ‘감기’ ‘베를린’ ‘설국열차’ 등 국내 대표 작품을 함께해온 포스(4th creative party)에게도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이례적인 결과를 낳았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탄생한 호랑이는 ‘김대호 씨’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대중과 감성으로 소통했다. 그 여정에 VFX(시각적 특수효과, Visual FX) 슈퍼바이저로 함께한 조용석 본부장을 만났다.

 

영화 ‘대호’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사냥꾼 천만덕(최민식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랑이는 작품의 중심이다. 그런 호랑이가 100% CG로 탄생한다고 했을 때 대중은 궁금증과 의구심을 품었다. 영화 완성도를 해치지 않을 CG가 나올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 불안함은 ‘대호’를 만든 박훈정 감독, 배우 최민식에게도 있었다.

 

그래서 포스의 ‘대호’ 합류는 이례적이다. 프레젠테이션 참여팀 중 포스는 유일하게 호랑이 그래픽 경험이 없었다. 조 본부장은 “급하게라도 뭔가 만들어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죠. 그런데 어설프게 만드는 것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임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포스가 내세운 건 촬영과 CG작업이 합쳐진 스크린이었다. “저희는 호랑이는 호랑이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호랑이가 문제가 아니라 영화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컷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저희가 결정됐다고 들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호랑이에만 집중하느라 몇 컷 정도만 가능하다고 제한선을 두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호컨셉시안1234차.jpg
영화 ‘대호’ 속 호랑이의 원모델은 부산 심산 더 파크의 시베리아 호랑이 풍이다. 그를 모델로 한 1차 컨셉 이미지, 변화를 준 2차 이미지,

털과 체형 등을 추가한 3차 이미지, 코 위치, 몸 크기, 털 길이, 상처 위치 등을 조절해 탄생한 최종 대호 컨셉 이미지(왼쪽 상단부터 순서대로)를 완성했다.

<사진제공=NEW>

 

위험한 거래였다. 컷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건 작업량이 무제한으로 늘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조 본부장은 ‘어셋’에서 답을 찾았다. 어셋은 CG작업으로 완성된 호랑이의 모습을 일컫는다. 호랑이의 외관을 만드는 모델링(Modelling)과 그 속에 뼈를 심는 리깅(Rigging), 그 위에 털을 심고 좀더 디테일한 호랑이의 느낌을 만드는 텍스쳐(Texture)작업까지 마친 상태다.

 

“어셋만 있으면 가능한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호’ 속 어셋의 수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먼저 어셋을 만들고 촬영본에 맞게 어셋에 움직임을 주면 될 거라고. 촬영하는 시간 저희는 어셋을 만들기 시작했죠. 박훈정 감독님께 촬영 중간에 계속 보여드리면서 발전시켜 나갔어요. 그리고 그 기간에 30명 정도 되는 애니메이터들은 계속 움직임을 작업해 라이브러리화했어요. 걷기, 빠르게 걷기, 뛰기, 빠르게 뛰기, 뛰어오르기 등의 작업을 로토스코핑(rotoscoping, 실제 영상과 똑같이 그리는 과정)으로 완성해갔죠.”

 

말로만 들으면 고개가 쉽게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호랑이 외관을 만드는 첫 단추를 끼우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호랑이 이미지는 다 달랐다. 그래서 부산에 위치한 심산 더 파크에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 ‘풍이’를 최초 모델로 삼았다. 실제 시베리아 호랑이를 똑같이 만든 뒤 크기, 털 길이, 코의 위치, 세월의 흔적 등의 디테일한 변화를 주기 위함이었다.

 

“실제 작업자는 호랑이 한 마리를 사서 털을 싹 밀고, 해부까지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입은 얼마만큼 벌어지는지 입도 벌려보고 혀는 얼마만큼 내려오는지 혓바닥도 빼보고 싶다고요. 그 마음이었어요. 텍스쳐 작업을 하면서 천만 가닥 정도 되는 털을 직접 모내기하듯 심었어요. 털도 바람이나 뛰는 속도에 따라 제어해줘야 했으니까요.”

 

어셋을 만든 뒤 움직임을 입혔다. 그리고 촬영 영상과 같은 빛을 주는 라이팅 작업을 거쳤다. 이를 위해 조 본부장은 촬영 현장에서 크롬 볼(Chrome Ball), 그레이 볼(Gray Ball), 호랑이 패턴의 퍼 볼(Fur ball) 등으로 호랑이에게 빛이 맺히는 조명을 확인했다.

 

대호현장.jpg

 

탄생한 어셋은 약 천만 가닥의 털이 심겨져 있었다. 그 털은 각각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조 본부장은 “우리 대호는 성기까지 가지고 있다”며 디테일함을 강조했다. 디테일함이 추가될수록 파일 크기는 커졌다. 랜더링(Rendering, 컴퓨터 그래픽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으로 변환되는 과정) 시간은 길어졌다. 관객이 스크린으로 보는 1초는 24프레임이다. 그러니 1프레임은 1/24초라는 뜻이다. ‘대호’의 1프레임이 랜더링되는 데는 3시간이나 걸렸다.

 

“컴퓨터 한 대로 랜더링하면 30년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시간을 압축하는 과정이 필요해 컴퓨터 250대를 병렬로 연결해 랜더팜을 만들었어요.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최적화시키는 작업을 했을 텐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죠. 아직도 조금 아쉬워요.”

 

이렇게 대호가 탄생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김대호 씨’를 만든 건 감성이었다. 조 본부장은 “답은 촬영된 필름에 존재했다”고 말한다. “대호가 감정을 주고받는 것은 만덕이에요. 최민식 상대역을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표정이나 감정은 최민식 씨의 연기에서 거의 따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죠.”

 

최민식은 처음부터 포스에게 ‘대호’의 모티브였다. 조 본부장은 “처음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며 당시 만들었던 프레젠테이션의 첫 장을 공개했다. 호랑이와 최민식의 얼굴이 반반씩 더해진 이미지다. “대호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용맹함이나 위용도 물론 갖추고 있어야겠지만 그냥 닮게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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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여 명이 1년 6개월 이상 들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잠도 못 자고 퇴근도 못 했겠다는 말에 조 본부장은 “그건 거의 모든 영화를 할 때 마찬가지”라고 웃음지었다. 컴퓨터 앞에 하루 24시간 동안 1년 6개월을 매달린 사람들이 있어 가능한 작업이었다. 조 본부장 역시 “인터뷰도 되도록 작업자 위주로 써달라”고 부탁을 덧붙였다. 자연스레 왜 이렇게 힘든 작업을 계속하는지로 이야기가 흘렀다.

 

“농담식으로 얘기하는 건데 저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도 해요. 모르겠어요. ‘대호’를 했을 때 제가 느낀 감정과 작업자가 느낀 감정이 다 다를 거예요. 이 친구들은 정말 아티스트거든요.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이 있을 것같아요. 저는 그들에게 새로운 풀을 제공해 주는 것 누구도 하지 않은 장르를 새로운 시도로 개척했을 때 그런 성취감이 있는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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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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